옥천문화예술회관

옥천문화예술회관을 자주 찾는 사람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물론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근데 그 공연에서 아주 재미있는 관경을 목격했습니다.

나구역 앞줄 2줄이 비어 있는 곳에 어떤 노인 2분이 다른곳에 앉아 있다가

지인을 만났는지 그쪽으로 쫄래쫄래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도우미가 와서 "어머니, 죄송한데 좌석 확인 좀 해 드릴게요" 라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그러자 갑자기 그 노인 2분이 "우리자리 아닌데 아는 할머니가 뒤에 있으니까 같이 보면 안되겠냐고"고 하더라구요.

도우미는 난감해 하면서 친철히 설명도 하더군요.

"어머니, 이 두줄이 남아 있는건 단체 예약일 가능성이 커요. 만약에 공연 시작했는데도 사람이 안들어 오면
이쪽으로 옮겨 드릴테니까 잠깐 원래 자리로 옮겨 앉아 주세요"라구요.

아가씨가 참 딸같이 나긋나긋 말해 이뻐보였습니다.

근데 그게 제 눈에만 그랬나봅니다.

그 두 노인이 눈을 부릅뜨고는 "그 사람 오면 옮길게, 우리도 사람이야 그냥 좀 앉자, 그만 말해라. 사람 오면 비켜주겠다"며
무지막지 막무가내였습니다.

어떻게 자기 손녀뻘 되는 아가씨한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지 ,
자신들이 잘 못해 놓고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아가씨가 "그럼 위에 올라가서 예약된 자석인지 확인해 보고 아니면 표를 바꿔주겠다"고 하고 올라갔습니다.
그 아가씨가 자리를 뜨자마자 노인들이 하는 말이 "그냥 앉아 있음 된다, 다 이렇게 앉았다. 지가 뭔데 자리를 옮기라 마라냐"였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좋은 자리에 앉아 보려고 일찍 온 저는 바보고
늦게와서 저렇게 도우미를 들들 볶아 좋은 자리 바꿔 앉는 그 노인들은 똑똑이 라는 얘기 아닙니까.

만약 그 아가씨가 그 노인들에게 자리를 바꿔 줬다면 그때는 제가 화가 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아가씨가 위에 올라갔다 오더니
"어머니~ 이 자리는 복지시설에서 단체로 온다고 예약되 있는 좌석이에요. 죄송해요 어머니 .. 옮겨주셔야 해요"하고
애원아닌 애원을 합디다.
굳이 애원까지 할 필요도 없을 껀데... 그 노인네들 막무가내로 거기 앉겠답니다.
몇분의 실랑이 끝에 노인네들 주변의 시선을 느꼈는지
화를내며 "아 옮겨! 옮긴다고. 사람이 싸가지가 없어. 그만 말해! 옮겨 !!" 이렇게 소리아닌 소리를 치고며
원래 자리로 돌아 가더군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뭐낀 놈이 성낸다고 ...
만약 그 아가씨가 제 딸이었으면 저는 당장 끌고 나와 일 때려치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말도 안되게 삿대질하며 윽박지르며 그 자리에 앉아 있겠다고 하는데 ....
그 아가씨.. 끝까지 싱글실글 웃으며, 굽신굽신 애원하며 옮겨달라고 합디다.
참 대단하더군요.
더 대단했던게 뭔지 아십니까?
원래 자리로 돌아간 할머니들이 계속 씩씩거리니까 그 앞에 무릎꿇고 앉아서
공연 시작하고 나면 좋은 자리로 옮겨 드리겠다고 죄송하다고 연거풔 얘기 하더라구요.
그런데도 그 노인들은 저리 꺼지라며 매몰차게 대하는데...
이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그 도우미 아가씨한테 뭐라고 하면 거 적당히 하라고 한마디 해 볼까 하는 참이었는데
아가씨가 또 90도 인사를 하며 죄송하다고 하고는 올라가더군요.
올라가는 내내 다른 관객이 부탁하는 것들도 다 웃으면서 처리해 주고 올라가는 모습에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했습니다.

아무튼 그 노인들의 행동.. 이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공연을 보는데 기본적인 상식은 가지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기 마음대로 자기 앉고 싶은 곳에 앉을거면 뭐하러 표 끊어서 들어 옵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아무리 무료 공연이라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가며 관람을 해야 모두가 즐거운 관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공연도 그런 몇몇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망쳐
공연 볼 마음또한 망쳐집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막무가내인 관람객들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런 노인들 뿐만 아니라
공연중에 자기네들끼리 수다 떨고, 전화기 켜 놓고 큰 소리로 통화하고,
공연 시작하고나서 들어와서 자리 찾는다고 왔다갔다 거리고...
지금까지는 그냥 무료공연, 저렴한 공연이니까 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생각들을 이렇게 얘기 하지 않으니
지난 토요일의 그런 노인들까지 발생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1~2명의 몰상식한 사람때문에 100여명의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불합리 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우미들 이름표 다시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는 이름들을 달아놔서 도우미의 이름을 알 수 있었는데
올해에는 이름표가 없네요.
그 아가씨 정말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키 작고, 통통하고, 머리 묵은 아가씨였습니다.
정말 수고했다는 말 해 주고 싶네요.